1세대들의 이야기

#1

그날은 갑자기 주변이 번쩍거리더니 배가 요동쳤다. 줄을 잡고 버텼다. 세월이 지난 후에 워프란 걸 알았다. 일어나니 바람과 해류가 바뀌었다. 위성 장비는 통신이 끊겼다. 불안감이 돌았다. 정오에 위치를 측정했다.

“한 시간 동안 800해리를 이동했다고?”

몇 번을 측정해도 결과는 같았다. 온갖 항해 괴담들이 떠올랐다. 육안으로 항해를 계속 했다. 땅이 나타났다. 다들 겹쳐 입은 옷을 벗었다. 해안선을 따라 항해했다.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회의 끝에 보트를 띄웠다.

“총을 갖고 가.”

항해사가 지시했다. 가스총을 챙겼다. 암초를 피하며 움직였다. 모래톱에서 내렸다. 해변을 뛰어다니는 공룡을 보자 모두들 기분이 안 좋아졌다.

“배로 돌아간다. 여기 상륙해서는 안 돼.”

그 후 몇 주간 여러 섬을 거쳤다. 밤하늘은 남반구의 것도, 북반구의 것도 아니었다. 가끔 목이 긴 괴물이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배를 쳐다봤다. 익룡들이 갑판 위로 날아오면 총을 쏘아 쫓아냈다. 여전히 통신은 끊겼고 위치도 몰랐다. 연료와 식수는 떨어져 갔다. 분노가 번져 가고 있었다. 선원들이 컨테이너를 뜯었다. 식량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선장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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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가 떨어지면 먼 바다로 표류할 거예요. 정 안 되면 육지에 좌초시켜야 해요.”

“보험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될 거야.”

“보험? 지금 장난합니까? 아직도 보험사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선장은 모두가 집단 히스테리로 헛것을 본다고 믿었다. 하지만 결국 건의를 받아 들였다. 해안으로 배를 끌고 가 닻을 내렸다. 옮길 수 있는 짐은 육지로 옮겼다. 해안에서 조금만 들어가도 밀림이었다. 그나마 있는 공터에 캠프를 차렸다. 식수를 구하고 천막을 쳤다. 물이 빠지자 배가 옆으로 기울었다. 컨테이너들이 바다로 쏟아졌다. 해변에 돌멩이로 SOS라 썼지만 구조대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섬은 하루면 돌 수 있는 정도의 크기였다.

식량이 떨어지자 첫 기근이 왔다. 밀림은 녹색 사막이었다. 섬을 돌아다니며 작은 공룡을 잡거나 모르는 식물을 캐다가 먹어 치웠다. 낯선 생물을 향한 거부감은 배고픔에 무너졌다. 첫 사망자는 이때 나왔다. 나무를 베어내고 묘지를 마련했다. 나중에서야 그때가 건기란 걸 알게 되었다.

비가 내리자 상황이 좀 나아졌다. 다들 머리 돌릴 시간이 생겼다. 그때부터 갈등이 생겼다. 1등 항해사는 장기 생존을 위해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큰 틀에선 다들 동의한 일이었지만 1등 항해사는 불을 내 밭을 만들자고 했다. 밀림이 무성해 경작지가 없었다. 50명 남짓의 인원이 두 갈래로 나눠 설전을 벌였다. 투표를 했다. 불을 내자는 의견이 채택됐다. 반대했던 쪽은 큰 패배감을 느꼈다.

성급했다. 불은 비가 내릴 때까지 섬을 불태웠다. 불길에 많은 짐승이 죽었다. 워프홀은 불길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1등 항해사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선장은 맛이 가 있었다.

“구조대가 곧 올 거야. 보험사에 상황을 설명하려고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한동안 섬이 온통 시커먼 빛깔이었다. 잿더미에서 돌을 골라내 밭을 일궜다. 부서진 컨테이너에서 씨앗을 갖고 와 뿌렸다. 농사는 실패했다. 밀림이 불 탄 덕분에 동물의 개체수도 감소해 사냥도 힘들었다. 카누를 타고 바다에서 고기를 잡았다. 선원들 사이에 질병이 돌았다.

선원의 절반 정도가 두 번째 기근 때 사망했다. 동물들도 굶어 죽었다. 인원이 부족해 장례를 치를 힘이 없었다. 어차피 묘지에 묻을 주검도 없었다. 다들 그 시절은 말하기를 꺼려 했다.

다시 우기가 오고 수풀이 자랐다. 두 번째 농사는 나쁘지 않았다. 인원이 줄었으니까. 인원을 둘로 나눠 한 쪽은 채집을 했고, 한 쪽은 농사에 집중했다. 나는 채집을 했다. 식물도감을 보던 버릇 때문에 약재를 구할 줄 알아서 농사 쪽과도 사이 좋게 지냈다.

 

 

#2

섬에 상륙하고 3년이 지났다. 선장이 죽었다. 1등 항해사가 선장을 죽였다. 1등 항해사는 농사를 짓던 인원을 관리했는데 자기 밑의 인원들이 식량 배급을 적게 받는단 이유로 반란을 일으켰다. 채집을 다니던 인원들은 여러 장소에 흩어져 있었기 때문에 반란에 맞설 수가 없었다.

“선장님은 돌아가셨어. 우리 모두 현실적으로 굴자. 이렇게 살아선 다 죽어.”

칼날을 목에 들이댄 것 같았다. 실제로 그랬다. 나는 충성을 선언했다. 1등 항해사가 새로운 선장이 되었다. 충성을 거부한 이들은 묘비도 없이 묻혔다. 한밤에 가서 어디 묻었나 기억도 안 났다. 2대 선장은 자신의 지도 아래 농사가 성공할 것이라 주장했다. 나는 2대에게 아부를 했고 그는 고된 일에서 나를 빼줬다. 하지만 여전히 식량 부족에 시달릴 거라는 건 분명해 보였다. 수로를 만들어야 했는데 인원이 부족했다. 또 반란이 일어날 거고 2대 역시 1대처럼 죽겠지.

2대는 능력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운이 좋았다. 대부분의 성공한 리더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섬에 굉음이 들렸다. 가 보니 기차가 있었다. 3년 전에 선원들이 그랬듯 그들도 워프를 겪은 것이었다. 탑승객들은 우리를 보자 놀랐다. 우리는 무장했고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일단 조난자 캠프를 세웠다. 캠프라곤 했지만 억새가 자란 강가에 그들을 모아둔 게 전부였다.

“구조대는 오는 겁니까? 당신들은 옷차림이 왜 그래? 무슨 원시 부족이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설명을 좀 해야 할 거 아뇨?”

말이 많은 사람이 떠들어댔다. 선장이 손짓하자 말이 많은 사람이 몰매를 맞았다. 선장은 이 사건을 자신의 리더십을 굳힐 기회로 잡았다. 조난자 캠프의 인원들은 곧 무장한 경찰이 자신들을 구하러 올 거라고 믿었다. 공룡을 보고도 그리 믿었다. 곧 현실을 깨닫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우리에게 협력할 방법을 물었다. 예로부터 가난한 자를 다스리는 방법은 가난한 자의 절반에게 다른 절반을 지배할 권리를 주는 거라고 했다. 선원들은 개척에 무능했지만 적절한 시기에 무장했다. 덕분에 지배층이 될 기회를 얻었고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피지배층이 되었다. 피지배층의 일부는 협력을 대가로 지배층이 될 기회를 얻었다.

수로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농사는 성공이었다. 성장엔 고통이 필요했다. 수로를 만드는 동안 많은 사람이 굶거나 맞거나 베여 죽었다. 수로를 개통하는 날 선장이 말했다.

“우리는 미래를 향해 가야 합니다.”

과거 얘기는 금기시되었다. 잉여 생산물이 생기자 군대가 생겼다. 이곳 태생의 아이들도 태어났다. 죽은 사람들의 숫자를 채우려고 하는지 많이도 태어났다. 아이들을 2세대라고 불렀으니 우리는 1세대였다.

새로운 지배층과 피지배층은 귀족, 평민, 노예란 말은 쓰지 않았다. 임원, 관리자, 실무자 등등 모호한 말을 썼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가 귀족이고 노예인지 다 알았다. 옷차림이 달랐으니까.

“평민놈아, 노예놈들 데려가서 바위 좀 치워 봐. ”

이렇게 고대 왕국처럼 말하는 대신에 다소 현대적인 어휘로 압제를 표현했다.

“관리자는 실무자들 데려가서 바위 좀 치워 보세요.”

나는 실무자들을 괴롭히지는 않았다. 괴롭히는 걸 잘 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관리자들 중에 그런 친구들이 꽤 있었고 그들은 임원이 될 기회를 얻었다. 임원들은 지구의 일 같은 건 잊어 버렸다. 그들에겐 이 섬이 훨씬 더 이상적이고 달콤한 곳이었다. 나 역시 그랬다. 취미로 틈틈이 했던 식물 품종 개량에 하루 종일 매진할 수 있었다. 누군가 내 몫만큼 피땀을 흘려 일했으니까.

 

#3

1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섬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늘면서 새로운 섬을 개척하잔 목소리가 생겼다. 선장은 새로운 섬을 개척하는 임원에게 총독 자리를 줄 거라고 했다. 나는 불안정섬에서 새로운 약용 식물을 찾아서 재배해보잔 생각에 참여했다. 몇 명의 실무자가 전업으로 내 일을 도울 정도로 내 일은 선장에게 인정을 받고 있었다.

“이 연구가 우리의 미래 세대를 먹여 살릴 거야. 자네의 이름을 역사서에 꼭 올려둘 거야.”

몇 달 간 준비를 마친 뒤 함대가 출발했다. 뗏목 3척과 카누 3척을 함대라고 불렀다. 새로운 섬에 상륙해 깃발을 세웠다. 같이 갔던 임원 중 하나가 실무자가 자신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고 매질을 했다. 나는 외면하고 점심 식사를 시작했다.

매질이 갑자기 멈췄다. 반대쪽에 어떤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갑옷을 입고 화승총을 들었다.

“넌 뭔데 그 사람을 때리지? 누가 너한테 그럴 권리를 줬지? 너희 부족의 헌법?”

그들이 임원에게 물었다. 임원은 괴성을 지르며 가죽 채찍을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활을 들었다. 총성이 일자 임원은 고꾸라졌다. 팔을 맞았다. 총잡이들은 나에게 어느 섬에서 왔냐고 물었다. 나와 몇 마디 주고 받다가 총잡이들이 비웃었다.

“듀랑고를 모른다고?”

“모르오. 그게 뭔데?”

“여기가 다 듀랑고야. 이 섬, 이 바다 모두가 듀랑고라고. 너흰 워프로 이곳에 온 거다. 우리도 그랬거든. 너희 부족이 사는 섬을 안내해라. 비인간적인 행동을 목격한 이상 뿌리를 뽑아야지.”

우리는 투항했다. 총잡이들의 부족 사람 몇 명이 더 오더니 조사를 했다. 내가 비인간적인 행위로 기소될 거라고 했다. “기소”라니. 그들은 여러 섬으로 탐험대를 보내고 있었다. 탐험대의 인원이 우리 부족보다 더 많을 정도로 그들의 규모는 컸다.

나는 붙잡혀 그들의 수도로 압송됐다. 심문을 받았다. 고문은 없었다. 그들의 국선 변호사가 배정됐다. 국선 변호사는 기운 정장을 입었다. 내가 비인간적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단 걸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구치소에 갇혔다. 재판을 받을 땐 법원이라 간판을 붙인 막벽집으로 갔다. 우리 부족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친절한 교도관에게 넌지시 물었다.

“부족장이 해방 작전을 지시했어. 2개 중대가 갔어. 거기 부족장을 선장이라고 한다며? 선장이 꽤 저항한 모양이야. 우리 쪽 전사자가 10명이 나왔거든. 자기네 부족은 10배는 넘게 죽었지. 우리 부족장도 곤란해졌어. 내년에 선거가 있는데 전사자가 이리 많이 나와서야.”

야자수로 지은 감옥이 늘어났다. 2대 선장은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원과 관리자가 주로 포로로 끌려 왔다. 밤마다 관리자들이 임원들의 감옥으로 코코넛을 던졌다. 임원들이 멍청해서 이렇게 됐다고 비난했다. 재판에 나가자 그들 부족의 검사가 우리를 비난했다.

“이들은 개간을 핑계로 같은 처지의 조난자를 노예로 삼았습니다. 수로를 짓는 동안 수십 명이 죽었지만 이들 중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기차 탑승객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들과 잘 협조해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음에도 이들이 저지른 것은 압제와 학살뿐이었습니다.”

검사는 이곳에서 만든 안경을 썼다. 탑승객 출신의 임원이나 관리자들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고 항변하며 선원 출신들에게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 증인으로 무수히 많은 실무자들이 증인석에 앉았다. 나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2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긴급 피난 행위였어! 당신네들도 워프를 겪었으면 이곳의 삶이 어떤지 알았을 것 아니오? 공룡이 돌아다니고 어디에도 우릴 먹여 살려줄 그런 존재는 없었소! 누군가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이 무식한 자들을 이끌어야 했단 말이야. 내가 총대를 매고 그 밭을 일구지 않았으면 모두가 한 해도 못 버티고 굶어 죽었을 거야! 그리고 우리 부족도 당신들 부족처럼 법이 있고 질서가 있는 곳이오! 이런 일방적인 재판은 절대 인정할 수 없소! 이건 주권 침해야!”

선장은 교수대에 오르기 전까지 같은 말을 반복했다. 두건을 씌우자 부족가를 불렀다. 2대 선장이 좋아해서 부족가가 된 노래였다.

나는 부족으로 돌아가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3대 선장은 내가 야생 식물을 개량할 때 돕던 실무자였다. 몇 달 만에 보는 그의 얼굴은 달라져 있었다. 내 밑에 있던 시절엔 내가 고기를 주면 그는 허리를 숙여 감사했다. 이제 그는 눈빛이 매섭고 입술을 권위적으로 다물고 있었다. 판사는 내게 추방을 선고했다. 부족은 계급을 폐지했다.

 

#4

나는 불안정 해역으로 추방되었다. 양팔에 추방자의 낙인이 찍혔다. 기반섬으로 돌아오면 목을 매달 거라고 했다. 섬이 길게는 몇 달, 짧게는 몇 주마다 사라졌기 때문에 사는 게 쉽지 않았다. 열대의 섬에서 머물다 툰드라의 섬에서 머물기도 했다.

나는 식물의 잎을 따서 약재를 만들었다. 불안정섬에 찾아온 기반섬의 상인들이 약재를 사 가고 티스톤을 줬다. 떠돌이 사냥꾼 무리와 같이 사냥을 하기도 했다. 그들은 내 팔에 추방자의 낙인이 찍힌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02

“우리 모두가 죄인이오. 티렉스께서 다 용서하시리다.”

티라노사우루스를 섬기는 사냥꾼 우두머리가 말했다. 그 여자는 공룡 이빨로 만든 목걸이를 내게 선물했다. 나는 그들의 신앙을 받아 들였다. 그들을 따라 함께 사냥했다. 그들은 불안정 해역을 떠도는 것을 저주라고 여기지 않았다. 순례라고 생각했다. 그들 무리를 따르며 덫을 만들고 약을 만드는 일을 도왔다. 그들 중 하나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아이들이 태어났다.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아이들이었다. 산업혁명도, 제국주의도 아이들에겐 신화처럼 먼 시대의 이야기였다. 내가 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아이들은 사냥꾼과 농부들에게 배웠다. 아이들은 스스로 덫을 치고 짐승을 잡았다. 그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워 마치 이미 많은 조상이 해오던 대로 이어진 것 같았다.

때론 추방자의 낙인을 보고 적대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점점 멀리로 옮겨 다녔다. 불안정섬의 수명은 짧았다.

많은 섬이 피고 지는 것을 보았다. 그 사이 피부엔 주름이 늘었다. 그 사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섬을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느리게 소문이 퍼졌다. 3대 선장은 죽고 그 딸이 새로운 선장이 되었다.

4대 선장이 보낸 사절들이 나를 찾아왔다. 그들은 랩터를 타고 있었고 얼굴이 어렸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자들이었다. 억양도 내가 부족에 있을 때와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선장은 계급을 부활시키려 했다. 계급을 부활시키는 과정에서 옛 임원들을 내세워 과거의 체제를 그리워하는 자들에게 지지를 얻고자 했다. 사절이 찾아온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그들이 들고 온 사면장이 내 죄를 덜 것 같진 않았다.

“몇 년 사이에 전쟁이 없던 날이 없었소. 기반섬마다 워프로 온 조난자들이 물밀듯이 밀려 오고 있고 전초기지섬에선 싸움이 한창이요. 세상이 미쳐 버렸소.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이러진 않았는데.”

듀랑고에서 나고 자란 젊은 무사가 그리 말했다. 수염이 갓 자라고 있었다.

“세상 만사가 그렇지요. 지구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노인네. 지구 얘기는 적당히 하시오. 어머니께 지겹게 들었어.”

무사는 지구에 관심이 없었다. 그에겐 그가 자란 섬과 푸른 바다가 세상의 전부일 것이다.

“아무튼 당신도 이제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소? 사면장 받을 기회는 다신 없소.”

“저는 늙은 사냥꾼입니다. 그리고 제 고향은 그 섬이 아닙니다.”

무사의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부족의 무사야. 내 말을 거역하겠단 거야?”

무사가 칼을 뽑자 자식들이 활을 들었다. 다른 사냥꾼들도 무기를 들고 달려왔다. 대치가 한참동안 이어졌다. 무사는 칼을 거뒀다.

“야만인들! 평생 불안정섬이나 떠도는 야만인들! 물려 죽을 놈들! 콤프소그나투스가 어찌 타르보사우루스의 뜻을 알겠나?”

무사와 다른 사절들은 그리 말하고 떠났다. 사냥꾼들이 나를 위로했다. 나는 밭으로 가서 작물을 돌봤다. 덫을 만들던 아들이 다가왔다.

“지구는 어떤 곳이었나요?”

아들이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갑판에서 정오마다 위도를 측정하던 일, 밤이면 선실에서 카드 놀이를 하던 일, 화물로 무기를 나르던 일, 조난해 섬에 처음 상륙하던 날, 사람들을 노예로 부리던 시절, 낙인을 찍는 순간의 통증 등 여러 기억이 오갔다.

“듀랑고랑 비슷한 곳이었지. 싸우고 죄를 짓고 자식을 남기는 곳이었어. 우리에겐 그리운 곳이겠지만 너희에겐 아무래도 상관 없는 곳이 될 거야. 너희는 듀랑고에서 세대를 이어 나가고, 듀랑고가 너희의 고향이 되겠지.”

 

 

 

 

 

1세대들의 이야기”에 대한 답글 1개

  1. 몰입도있는 배경스토리네요! 베르나르의 파피용을 읽는것같은..! 점점 듀랑고 세계관에서의 각각의 부족과 협력업체들의 역할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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