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자

  아래에 나올 글은 믿지 않아도 그만이고 믿어도 그만이다. 적절한 거짓과 사실이 섞여 있다. 이야기를 끌어낼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누가 듀랑고를 지배하는가?   공룡? 강하다. 창칼을 든 개척자를 이빨로 물어뜯고 큰 발로 짓밟고 꼬리로 후려치어 곤죽을 만들고 먹어 치운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공룡이 바위에 인간 박멸이란 목표를 적어두고, 주말마다 모여서 궐기 대회를 열고, 인간과 싸우려고 … 지배자 계속 읽기

사업자

  네가 모든 걸 이뤘다고 생각한 순간, 세상이 널 끌어내리면 어떨까? 좋았던 때를 추억하면서 쓸쓸하게 패배자로 죽어갈래? 아니면 세상이 널 끌어내리는 데 실패했다는 걸 증명하려고 살아갈래? 노왁은 후자야. 영원히 후자야. 난 개척 회의의 하우아타고 노왁의 동료야. 내 얘기는 하지 않을 거야. 굳이 얘기하자면 노왁과 나는 공통점이 있어. 여성이고 30대고, 자녀가 있지. 노왁 얘기하는 걸로도 벅차니까 … 사업자 계속 읽기

균형자

  내 딸아. 비 내리고 바람 불어도 눈을 감으면 너를 떠올린단다. 용암이 흘러내리는 해안에서도, 벌레 울음소리 가득한 반얀나무 덩굴 아래에서도, 얼어붙은 설원의 폭포 위에서도, 네가 떠올라. 너를 묻고 돌아서야 했던 날이 맴돌지. 아빠는 이제 괜찮단다. 너는 들을 수 없겠지만, 아빠가 어떤 마음인지 말해주고 싶구나. 네가 지구에서 태어났을 때, 의사는 그랬지. 환경 오염으로 태어날 때부터 심각한 … 균형자 계속 읽기

교육자

소녀는 부모가 없었다. 부모는 워프 직후에 나타난 낯선 개척자들의 칼에 스러졌다. 소녀가 절망했을 때 부족장이 나타났다. 부족장은 얼굴 전체에 비늘 문신을 덮어 두 발로 걷는 육식공룡 같았다. 부족장은 등부터 엉덩이까지 타르보사우루스 문신을 새겼고, 가죽을 덧댄 청바지에 뽑아낸 적의 이빨로 장식을 달았다. 부족원은 부족장을 머리잡이라고 불렀다. 머리잡이는 살인자들을 벌했다. 부족은 소녀를 거뒀다. 부족엔 소녀처럼 온 무리가 … 교육자 계속 읽기

구조자들

  무전기 여러 대가 동시에 잡음을 쏟아냈다. 많이 겪은 일이었지만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근처에 큰 워프가 일어났으며, 그 신호를 따라가다 보면 조난자가 있을 거란 의미였다. 가끔은 꿈에서도 그 소리를 들었다. 무전기 각각은 오차가 크지만 모아 놓은 여러 대의 무전기는 지진계와 비슷하다. 무전기에서 나오는 커다란 잡음은 지진계처럼 우리의 머릿속에 자세한 그래프를 그렸다. 거기선 기계가 할 일을 … 구조자들 계속 읽기

낯선 세상에 당신

해가 지면 새로운 달이 뜹니다. 어둠이 덮이고 보라색 하늘에 별이 흐릅니다. 바다에 흩뿌린 섬마다 불꽃이 타오릅니다. 사람은 발이 달린 별입니다. 사람이 머문 곳엔 모닥불과 횃불로 새로운 별자리가 생깁니다. 워프는 사람들을 낯선 세상으로 데려 왔습니다. 그들은 빈손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거친 야생을 개척하며 살아오던 그들의 기억까지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나뭇가지를 꺾고 불을 피웠습니다. … 낯선 세상에 당신 계속 읽기

낯선 여인

"생명은 소중해요." 이런 얘길 많이 들었지. 이 말은 이렇게 고쳐야 돼. "나한테 소중한 생명은 소중해요." 난 덫에 빠진 짐승을 창끝으로 찔러. 그러면서 생명은 소중하다고 말하는 건 위선이잖아. 그래. 남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참 많은 게 손쉬워져. 달걀을 싼값에 먹을 수 있었던 건 수평아리들을 마대 자루에 넣기 때문이었지. 괴롭히지 않고 얻은 달걀값은 한 시간 일해야 버는 돈 … 낯선 여인 계속 읽기

듀랑고의 크리스마스

페나코두스한테 사료를 주는데 부족장이 왔다. 뭔가 시킬 것 같아 예감이 안 좋았다. 다른 일에 바쁜 척 했다. 페나코두스 똥을 치웠다. 지푸라기랑 섞어 비료를 만들 똥이었다. 부족장은 축사 난간에 기대서 잠시 구경을 하다 입을 열었다. "곧 크리스마스잖아. 뭔가 준비를 해보는 게 어때?" 크리스마스라니.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게 자신의 아이디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나는 부족장에게 거칠게 … 듀랑고의 크리스마스 계속 읽기